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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청소를 하며 떠오른 생각

힘클린 2025. 3. 24. 09:24
건물의 하루, 그리고 우리들의 하루


새벽 5시, 어둠이 짙게 깔린 오피스텔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거리엔 아직 적막이 흐르고, 사람들은 잠에 빠져 있다. 내 손에는 걸레와 빗자루, 그리고 하루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마음 하나.

이 건물은 하루를 온전히 살아냈다. 낮에는 상가에서 거래가 오가고, 입주민들은 저마다의 일상을 보낸다. 밤이 되면 피곤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을 품고, 술 취한 이들의 흔들리는 발걸음을 버텨낸다. 그 모든 것을 받아내고도 새벽이 되면, 조용히 어제의 흔적을 정리할 시간이다.


1층과 2층 상가 복도를 지나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냄새가 밀려온다. 누군가는 급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 흔적을 치우며 생각한다. 이 건물도 하나의 생명체라면,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고 있을까? 밤새 몰래 버려진 쓰레기, 비상계단에서 남겨진 흔적들, 외벽에 가득한 담배꽁초와 어지럽게 뿌려진 일수대출 명함까지. 건물은 묵묵히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그 무게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7층부터 3층까지 오피스텔 복도를 청소하다 보면, 아직도 잠에 빠진 이들의 숨소리가 벽을 타고 흐른다. 청소를 하면서 깨닫는 건, 이 건물도 사람들처럼 매일매일 삶을 버텨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이 건물도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해가 떠오를 무렵, 나는 건물 외곽을 청소하러 나간다. 그리고 나 말고도 이곳을 돌보는 존재들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한쪽에서는 다른 환경미화원들이 골목을 쓸고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비둘기들이 바닥을 뒤적이며 거리의 부스러기들을 정리하고 있다.


매일같이 어김없이 6시가 되면, 비둘기 부대가 출동한다. 열 마리쯤 되는 녀석들이 건물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무언가를 주워 먹는다. 사람들은 종종 그들을 혐오하지만, 나는 그들이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세상을 정리하고, 치우고, 돌보는 존재들이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곳이라고. 우리가 편하게 살아가는 이 모든 것은 누군가가 치우고, 정리하고, 만들어놓은 덕분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바닥도 누군가가 쓸고 닦았기에 깨끗한 것이고,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걷는 길도 누군가의 노동이 스며든 결과다.

성공도 마찬가지다.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손길과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나 또한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 빗자루를 든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하든, 어떤 길을 가든, 그 과정에서 누군가와 연결될 것이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조금 더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세상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손길들로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