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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청소를 만나다

힘클린 2025. 3. 22. 08:52



어느 덧 또 다른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의정부의 한 상가로 청소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집이 아닌, 애견쉼터로 사용되던 상가였습니다. 아침 일찍 의정부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맞닥뜨린 것은 싸늘한 바람이 아닌 강렬한 개 냄새였습니다. 금세 오래된 건물임을 알 수 있었고, 30년은 족히 넘은 듯한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깃들어 있었습니다.


오늘의 주 업무는 지워지 않는 바닥의 얼룩과 창틀 청소였습니다. 대리석 바닥에 붉은 얼룩이 널려 있었는데, 빠르게 둘러본 결과, 예상처럼 피가 아니라 페인트였습니다. 나는 호기롭게 스팀기로 얼룩을 불리고 약품을 뿌린 다음 걸레로 닦아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애매했습니다. 약간은 지워졌으나, 흔적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머릿속이 아찔했습니다. 이 얼룩들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면, 오늘의 수고는 수포로 돌아갈 터였습니다. 필사적으로 약품을 더 사용하고 침투할 시간을 주었으나, 되려 색깔이 변색되어버렸습니다. 이 상황에 나는 몹시 당황했습니다. 무언가 해결책이 필요했지만, 그 때의 나는 고압세척기 같은 장비를 사용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수세미 하나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번뇌의 시간이 흐르던 그 때, 고객이 찾아왔습니다. 나는 진실된 마음으로 고객에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대리석 바닥이 잘 지워지 않습니다." 고객은 한참 동안 바닥을 바라보더니,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냥 쓸지, 아니면 타일을 새로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안 지워지니 타일을 새로 해야겠군요." 그녀는 어차피 바꿀 마음이었다며, 오히려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이해심에 감사한 마음으로, 나는 창틀과 온갖 개털들을 진공청소기로 환상적으로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고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 불태운 7시간의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고객의 확인을 받고 퇴근의 길에 올랐습니다.



의정부역에서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족과의 만남은 언제나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부족한 나를 묵묵히 믿고 지켜봐 주는 아내와, 아장아장 걸어오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오늘도 고된 하루였지만, 두 사람의 든든한 존재는 나에게 가장 큰 위안이자 힘이 되었고, 나는 굳게 다짐했습니다. "나는 무조건 성공한다. 반드시 성공한다!"

그날 밤, 연천의 부모님 댁에서 하루를 보내며, 나는 눈을 감고 그런 생각을 되새겼습니다. 그리고 내일의 해가 떠오르면, 새로운 날이 또다시 시작되리라는 확신이 가슴 속에 가득 차올랐습니다.